밤하늘을 수놓는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면, 우리는 그저 조용하고 영원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실제로 별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태어나고, 성장하며,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생명체와 같은 존재다. 인간의 생애는 수십 년에 불과하지만, 별은 수백만 년에서 수십억 년에 이르는 긴 시간을 거치며 자신만의 일생을 살아간다.
별의 탄생과 죽음은 우주의 순환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별은 죽으면서 새로운 별의 재료를 남기고, 그 재료들은 또 다른 생명의 씨앗이 된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탄소, 산소, 철 등 대부분의 원소들도 바로 이러한 별의 죽음을 통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말 그대로 우리는 별에서 온 존재인 셈이다.
이제 우리는 별의 일생을 따라가 보려 한다. 별이 처음으로 빛을 내기까지의 여정, 찬란한 중년기, 그리고 극적인 최후까지. 그 거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별의 생애는 마치 한 편의 서사시와도 같다.

1. 별은 어디서 어떻게 태어날까? — 차가운 구름 속의 불씨
별은 우주의 한복판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 시작은 아주 차가운, 그러나 거대한 가스와 먼지의 구름 속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구름을 우리는 성운 혹은 분자운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예로는 오리온자리의 오리온 대성운이나, 황소자리의 플레이아데스 성단 주변을 들 수 있다.
이 성운은 수십 광년에 걸쳐 펼쳐져 있으며, 대부분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되어 있다. 평소에는 별의 탄생이 일어나지 않지만, 외부의 충격 — 예를 들어 초신성 폭발의 충격파나 인근 별의 강한 복사선 — 등이 작용하면 성운의 밀도가 불균형해지면서 일부 구역이 서서히 수축하기 시작한다. 중력의 힘이 이끌어 모으는 이 과정에서, 밀도가 높은 중심부가 형성되고, 이것이 원시별의 시작이다.
이 원시별은 처음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주변의 먼지와 가스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부 온도가 수백만 도로 올라가면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비로소 별로서의 삶이 시작된다. 수소 원자들이 서로 충돌하며 헬륨을 만들어내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되어 별은 스스로 빛을 내기 시작한다. 별은 이때야말로 '출생의 순간'을 맞이한 것이다.
2. 별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 찬란한 중년의 균형 상태
별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고 해서 곧바로 안정적인 삶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원시별은 일정한 크기와 밝기를 갖기 위해 여러 차례 수축과 팽창을 반복한다. 그 과정을 지나 균형을 이루게 되면, 비로소 별은 중심부에서 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는 핵융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일정한 밝기와 온도로 오래도록 살아가게 된다. 이 시기를 우리는 주계열 단계라고 부른다.
우리 태양도 이 주계열 단계에 있으며, 전체 수명 약 100억 년 중 절반 이상을 이 단계에서 보낸다. 핵융합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와 별 자체의 중력이 서로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별은 오랜 시간 동안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별의 크기는 그 삶의 길이와 성격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이다.
태양처럼 중간 크기의 별은 천천히 연료를 태우며 수십억 년을 살아간다.
하지만 태양보다 몇 배 더 큰 별은 훨씬 빠르게 연료를 소모하고, 수백만 년 만에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반면에 질량이 작고 차가운 별(예: 적색 왜성)은 핵융합 속도가 느려 수천억 년을 살아갈 수 있다. 아직 이들 중 죽음을 맞이한 별은 우주에 존재하지 않을 정도다.
이처럼 별은 자신의 질량에 따라 삶의 속도와 방식이 크게 달라지며, 이로 인해 죽음의 방식도 매우 다르게 전개된다.
3. 별은 어떻게 죽는가? — 조용한 소멸 혹은 폭발적 최후
별의 죽음은 그 질량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태양과 같은 중간 크기의 별은 헬륨 융합 이후 탄소까지 생성하지만, 중심부 온도가 더 이상 높은 수준에 도달하지 못해, 그 이후의 핵융합은 불가능하다. 이때 별은 중심부에 탄소 핵을 남긴 채, 바깥층을 서서히 우주로 날려보낸다. 이 과정에서 행성상 성운이라는 아름다운 구조가 만들어지고, 중심에는 작고 밀도 높은 백색 왜성이 남는다.
백색 왜성은 지구 크기 정도의 작은 천체이지만, 그 밀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찻숟가락 하나 분량의 물질이 수 톤에 달할 수 있다. 이후 이 백색 왜성은 점점 식어가며 우주 속에서 희미한 잔광을 남긴 채 사라진다.
반면, 태양보다 8배 이상 큰 별은 훨씬 더 격렬한 죽음을 맞이한다. 이들은 핵융합을 통해 철까지 만들어내지만, 철은 더 이상 에너지를 생성할 수 없는 원소이기 때문에, 중심부는 급격히 붕괴하고, 거대한 폭발인 초신성을 일으킨다. 초신성 폭발은 한 순간에 태양이 평생 방출할 에너지보다 더 큰 양을 뿜어내며, 그 빛은 수천 광년 떨어진 곳에서도 관측될 수 있다.
이 폭발 이후 남는 것은 두 가지다. 질량이 비교적 작은 경우는 중성자별, 그보다 더 큰 경우는 블랙홀이 된다. 중성자별은 극도로 밀집된 물질 덩어리로, 직경이 수십 킬로미터에 불과하지만 태양보다 무거울 수 있다. 블랙홀은 중력조차 탈출하지 못하는 영역으로, 우주에서 가장 신비롭고 극단적인 존재 중 하나다.
별이 남긴 잔해는 다시 성운을 만들고, 그 속에서 또 다른 별이 탄생한다. 별의 죽음은 곧 새로운 시작이 되는 셈이다.
우리는 별의 후손이다
별의 일생은 인간의 삶과도 닮아 있다. 어딘가에서 태어나고, 자신의 에너지를 다해 빛나며 살아가고, 결국은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그 죽음조차 무의미하지 않다. 별이 마지막 순간에 뿜어낸 원소들은 우주의 다른 곳에 흩어져, 새로운 별과 행성, 그리고 생명을 만드는 데 쓰인다.
우리 몸속의 원소들 — 산소, 철, 칼슘, 탄소 — 모두 수십억 년 전 죽어간 별들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가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 느끼는 낯선 경외감은 어쩌면 그리 낯설지 않은 친밀함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빛나는 별들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 순환 속에 존재한다.
별의 탄생과 죽음은 단지 천문학적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곧 우리의 기원이며, 우주의 아름다운 순환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