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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하늘을 올려다보면 우리는 늘 우주를 상상하게 된다. 밤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들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하나의 별, 붉게 빛나는 행성이 있다. 그것이 바로 화성이다. 고대 문명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화성은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존재였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외행성이면서도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행성은 천문학자와 과학자는 물론 예술가와 대중의 마음까지 사로잡아 왔다. 인간은 왜 이렇게 화성에 집착하는 걸까? 단순히 가까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화성은 인간의 탐험 욕구, 생명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미지에 대한 경외심이 뒤섞인 복합적인 상징이 되었다. 이 글에서는 인류가 화성을 바라본 역사적 관점부터 현대의 탐사와 이주 논의까지, 사람과 화성의 관계사를 천천히 되짚어보고자 한다.
1. 고대인의 상상 속 붉은 신, 화성
화성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육안으로도 관측 가능한 붉은 행성은 예부터 특별한 존재로 여겨졌다. 고대 바빌로니아에서는 이 행성을 전쟁과 파괴의 신과 연결지었고, 로마에서는 '마르스'라는 전쟁의 신의 이름을 붙였다. 중국에서는 화성을 ‘형혹성’이라고 불렀으며, 불길함과 재앙을 상징하는 별로 간주했다. 이처럼 색과 움직임에서 느껴지는 특이함은 사람들의 종교적 상상과 신화 속 상징으로 연결되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철학자들은 천체가 신의 세계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기에, 화성의 존재는 단순한 자연물 그 이상이었다. 고대인의 세계관에서 하늘의 변화는 지상세계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고 여겼고, 따라서 화성은 불안과 기대를 동시에 안겨주는 존재였다. 이처럼 인류는 이른 시기부터 화성을 ‘신비로운 존재’로 인식하며 그 의미를 확장시켜 왔다.
하지만 당시의 인식은 과학적이라기보다는 신화적 상상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하늘을 지배하는 신의 세계에서 화성은 강력하고 위험한 존재였다. 이처럼 화성은 단순히 눈에 띄는 행성이었기 때문에 주목받은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두려움과 호기심의 대상으로 자리 잡으며 오랜 시간 상징적 의미를 지닌 별로 자리해 왔다.
2. 과학의 눈으로 본 화성: 허상과 진실 사이
근대에 들어 망원경의 발달과 함께 화성에 대한 탐구는 본격적인 과학적 접근을 시작하게 되었다. 19세기 후반,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스키아파렐리는 화성 표면에서 '운하'처럼 보이는 선을 관측했다. 이 관측은 많은 이들에게 화성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상상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수많은 소설과 매체에서 화성인은 하나의 상징처럼 자리잡게 된다. 당시 사람들은 화성에 고등 문명이 존재하며, 그들이 만든 운하를 통해 사막화된 행성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상상했다.
이러한 낭만적 상상은 이후 수많은 문학작품에 영감을 주었으며, 대표적으로는 화성 침공을 다룬 소설이나, 화성에서 인간이 생존하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적 소설들이 있다. 20세기 초에는 라디오 드라마로 방영된 ‘화성 전쟁’이 실제로 대중에게 혼란을 야기했을 만큼, 사람들은 화성의 생명체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실제로 우주 탐사가 진행되면서 그 낭만은 하나씩 깨져 나갔다. 1960년대부터 진행된 미국과 소련의 화성 탐사선 프로젝트는 화성 표면에 물의 흔적이 있지만 현재는 생명이 살기 어려운 척박한 환경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대기의 밀도는 매우 낮고, 온도는 영하 수십도에 달하며, 지구처럼 자기장이 없기에 태양 방사선에도 취약한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은 화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단순히 생명의 존재 여부를 떠나서, 화성은 지구와 유사한 점이 많고 과거에 물이 존재했을 가능성, 혹은 지금도 극지방에 얼음 형태로 존재할 가능성이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이는 생명의 흔적을 찾는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 화성 이주의 꿈과 현대인의 집착
21세기 들어 화성은 또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는 단순한 탐사가 아니라 실제 인간의 '이주' 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다. 여러 우주기업과 과학 기관은 화성에 인간을 보내기 위한 계획을 실현 가능한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한 민간 우주기업은 수십 년 내에 화성에 인간 기지를 건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일부 과학자들은 이미 '화성에 정착하는 법'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
왜 인간은 지구를 두고 굳이 그렇게 멀고 위험한 행성을 탐하는 것일까? 이는 단순히 과학기술의 성취 때문만은 아니다. 지구의 환경 위기, 자원 고갈, 인구 증가 등으로 인해 '대체 행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화성은 그중 가장 현실적인 후보로 여겨지고 있다. 동시에 화성은 여전히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대상으로, ‘우리가 가지 않은 마지막 미지의 땅’이라는 상징적 의미도 크다.
현대인은 어쩌면 화성을 통해 다시금 새로운 문명을 시작하고자 하는 욕망을 투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거 대항해시대의 사람들이 신대륙을 찾아 나섰듯, 지금의 인류는 우주를 향해 나아가며 화성을 그 신대륙처럼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대의 화성 집착은 과학기술 발전과 함께 더욱 강력한 동기를 제공받고 있으며, 그 실현 가능성 역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화성에 대한 인류의 집착은 단순한 호기심이나 시각적 매력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그것은 오랜 세월 인간이 품어온 상상과 욕망, 그리고 미지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가 모두 응축된 결과라 할 수 있다. 고대의 신화 속 붉은 신에서부터, 근대의 과학적 탐구 대상, 그리고 오늘날의 이주 가능성까지 화성은 늘 인간에게 특별한 존재였다. 우리는 화성을 통해 우주의 광대함을 느끼고, 동시에 그 속에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되묻는다. 어쩌면 화성은 단지 하나의 행성이 아니라, 인간이 끝없이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 그 자체를 비추는 거울인지도 모른다.